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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만지다/상식

3. 20세기를 이끈 ‘헨리포드’

20세기를 이끈 ‘헨리포드’



헨리 포드가 위대한 기업가로서 ‘글로벌 리더’의 대표적 인물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터, 그가 칭송의 대상이자 분석과 평가의 대상으로 떠오르는 건 당연지사다.

미국의 유명한 경제 전문지 <포춘>은 지난 1999년 말에 ‘20세기 최고의 기업가’를 특집으로 내보낸 적이 있다. 수많은 기업가 가운데 최종 후보에 오른 인물은 포드자동차 헨리 포드와 제너럴 모터스(GM)성공 신화의 핵심 인물 알프레드 슬로언, IBM 창시자 톰 왓슨,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였다.


이 가운데 20세기 최고의 기업가 1인으로 선정된 인물이 바로 헨리포드다.

그는 사람들로부터 ‘황당한’ 두 가지를 발명한 인물로 꼽힌다. 한겨레신문사에서 펴낸 <20세기 사람들>에는 노인이 된 포드와 어린 소년의 대화 장면이 나온다.

“할아버지, 이젠 세상이 많이 달라졌어요. 지금은 ‘현대’란 말이에요.”

아이의 말을 듣고 포드가 대답했다.

“얘야, 그 ‘현대’를 발명한 게 나란다.”

포드의 발명품 1호가 현대란 말인데, 그냥 억지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20세기 전반 자본주의의 일반적 특징이었던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시대를 활짝 펼친 주인공이 바로 헨리 포드이기 때문이다. 주의, 체제 등을 뜻하는 이즘(ISM)이 기업가 이름 뒤에 붙는 경우는 드물다. 포드 뒤에 붙은 말인 포디즘(Fordism) 은 포드라는 인물을 넘어서 20세기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로 자리를 잡았다. 포디즘의 사전적 설명은 ‘자동차 생산 공장의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에서 유래한 것으로 조립라인 및 연속 공정 기술을 이용한 표준화된 제품의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의 축적체제’를 말한다.

채플린이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그린 것은 포드 시스템 생산 방식의 부정적 모습이다.

노동자들이 거대한 작업 공정 과정의 부속품으로 전락한, 좀 어려운 말로 하면 ‘노동의 자기 소외’ 현상을 고발한 것이다. 하지만 포드식 생산 방식, 대량 생산・대량 소비는 한 시대의 대표적인 양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여기서 포드의 두 번째 발명품을 말할 필요가 생긴다. 그것은 ‘고객’, 즉 소비자다. 고객을 발명품이라고 부르기엔 현대만큼이나 엉뚱하다. 하지만 이 표현 역시 억지라고 몰아붙일 수만은 없는 대목이 있다. 포드의 위대성은 바로 생산자로서의 성공 이후에 나온다. 그는 1914년부터 노동시간을 하루 8시간으로 1시간 단축하고, 하루 최저임금을 5달러로 인상했다. 당시 자동차 업체 평균임금 수준은 2.3달러, 두 배 이상을 준 것이다.

당시 우파들은 ‘고객을 만들어 가는 포드’를 두고 사회주의자라며 비난을 퍼부어 대기도 했다. 사회주의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낸 포드에게 말이다. 그는 자서전에 이렇게 쓰고 있다.

“임금을 최대한 많이 주고자 한다. 즉 구매력을 최대한 늘려 주고 싶다. 또한 최소 비용으로 만들어 최소의 이윤을 붙여 팔면 구매력에 맞는 제품을 보급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경영자로서든, 노동자로서든, 구매자로서든 우리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 모두 덕을 볼 수 있다.”

생산방식의 혁신으로 괜찮은 물건을 싼값으로 대량 공급하고, 여기서 절약된 생산 비용과 증가한 판매 수입을 가지고 임금을 올려 주며, 노동자들의 여가 시간을 늘려서 자동차 사용 수요를 증대시키는 전 과정이 포드 성공 신화의 순환 사이클이다. 그리고 고객을 발명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포드의 위대성 이면에는 그림자 또한 짙게 드리우고 있는데, 그는 노조를 탄압한 인물로도 ‘악명’이 높다. 그는 전과자들의 조직을 만들어 노동자들을 통제했으며 회사의 첩자가 포드자동차만큼이나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감시를 심하게 했다. 또한 히틀러가 존경하는 유일한 미국인으로 손꼽힐 정도로 그는 반유태주의자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부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포드가 20세기의 위대한 리더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가 리드한 것은 다름 아닌 ‘20세기 그 자체’ 였기 때문이다.